범의 다이어리
2020년의 끝 본문
2020년의 끝에 서서 돌아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이별의 후폭풍과 외로움의 괴로움으로 몸부림 치던 날들
결코 이루지 못할 목표를 억지로 억지로 무리해서 쫓아가던 날들
추억에 젖어 있던 날들
큰 병에 걸린 건 아닐까 불안에 떨던 날들
그냥 잠드는 게 너무 힘들어 술기운으로 잠을 청하던 날들
라섹 수술하고 눈을 뜰 수가 없어서 인생 최대의 지루함을 견디던 날들
편도절제수술하고 죽밖에 못 먹어 답답해 죽겠던 날들
새로 시작하는 공부에 머리가 터질 것 같던 날들
그렇게 바라던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날
생애 처음으로 골절상을 입은 날
서두엔 참 많은 일이 있었다고 써놨지만
막상 적고 보니 그렇지도 않다
특별한 일 없이 집에 혼자 있던 시간만 많아
소사다난한 한 해가 되었던 것 같다
오늘과 내일은 겨우 하루, 한 시간, 1분, 1초 차이지만
오늘과 내일이 갖는 의미는 많이 다르겠지
2021년 나는 또 어떤 사람으로 변해가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