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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의 다이어리
오늘 어머니와 대화하면서 어머니가 얼마나 고생하며 나에게 헌신하셨던 건지 알았다 그 얼마 안 되는 돈을 꼬박꼬박 모으셔서 이렇게 나를 뒷바라지 해주셨다는 사실에 충격도 받았다 부모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던가... 아무리 그래도 무언가는 돌려드리고 싶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해봐야겠다
어렸을 때 컴퓨터가 집에 한 대만 있던 시절.. 형제들과 번갈아가며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은 늘 지루했다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고 넷플릭스도 없었으며 집에 있으면 마땅히 할 게 없었다 극빈층은 아니었지만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는 집도 아니었어서 케이블 TV를 우리집은 신청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럴 때면 비디오테입을 돌려봤었다 비디오테입도 많지도 않았다 가장 많이 돌려본 것은 영화 캐스퍼 1995년 그리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쿠스코쿠스코 어찌나 많이 봤던지... 대사나 노래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었다 최근 문득 캐스퍼가 떠올라서 다시 봤는데 그때 그 어린 아이가 심심함에 못 견뎌 몇 번씩 반복해서 보던 모습의 아련함과 이제는 너무 나이가 들었다는 슬픔을 느꼈다 30대가 되..
스트레스 받을 땐 노래부르는 게 최고다 20대 초반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게 싫어서 노래방 가도 절대 마이크 안 잡고 혹시나 누가 시킬까 걱정했던 날들이 생각난다 그때 지금처럼만 할 수 있었다면 좀 더 재밌는 추억이 많았겠지 이미 충분하지만 조금 아쉽다 문제는 잠깐만 불러야지 하고 시작하면 끝도 없이 계속 연습하고 있는 것
문득 놓친 인연, 사람들이 떠오르는 밤이 있다 그런 날마다 놓친 대상은 다르지만 놓쳐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은 비슷하다 너무 어리고 어려서 멍청했던 내 행동들로 놓친 사람들 문득 이렇게 떠오르면 후회와 아쉬움으로 기분이 참 묘하다 앞으로 살면서도 이렇게 놓쳐서 아쉬운 인연이 있을까 있다면 그 사람들도 이렇게 한참 지나서 그때 놓쳐서 아쉽다고 느끼게 되는 걸까
새로운 게 없는 삶이란 허무하고 따분하게만 느껴진다 늘 새로운 걸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재미없는 일상이 늘 반복되는 건 싫다 같은 일상이 반복되더라도 늘 재밌고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면 그건 괜찮을까 술을 좋아하고 술 마시는 걸 즐기는 사람이 참 별로라고 생각했다 건강에도 안 좋고 돈은 돈대로 나가고 맛도 없는데 그걸 왜 즐기며 찾아다닌다는 말인가 하지만 지금 문득 든 생각에 나처럼 사람이 여럿 있어야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져서 어쩌다 한 번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것보다는 그냥 술 마시는 취미를 가지는 게 훨씬 나은 게 아닐까 나는 항상 취미생활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질 않으니 생각이 바뀌게 되는 것 같다 점점 모든 자극에 무뎌져만 가는 것 같다 음식의 맛도 재미도 새로움도 예전 같지가 않..
참으로 무미건조한 일상이다 변화는 없고 고립된 것만 같은 일상에 권태를 느낀다 목표가 없다 아침에 눈을 뜨는 목적이 없다 눈을 뜨고 나도 목적이 없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더욱 힘이 든다 일어나도 의욕이 없다 지금 다이어리를 쓰고 있는 것조차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의욕이 없다 인생이 이리도 건조한 것이었나 자극 없는 일상을 견디는 게 참 쉽지 않다
2020년의 끝에 서서 돌아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이별의 후폭풍과 외로움의 괴로움으로 몸부림 치던 날들결코 이루지 못할 목표를 억지로 억지로 무리해서 쫓아가던 날들추억에 젖어 있던 날들큰 병에 걸린 건 아닐까 불안에 떨던 날들그냥 잠드는 게 너무 힘들어 술기운으로 잠을 청하던 날들 라섹 수술하고 눈을 뜰 수가 없어서 인생 최대의 지루함을 견디던 날들편도절제수술하고 죽밖에 못 먹어 답답해 죽겠던 날들새로 시작하는 공부에 머리가 터질 것 같던 날들 그렇게 바라던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날생애 처음으로 골절상을 입은 날 서두엔 참 많은 일이 있었다고 써놨지만막상 적고 보니 그렇지도 않다특별한 일 없이 집에 혼자 있던 시간만 많아소사다난한 한 해가 되었던 것 같다 오늘과 내일은 겨우 하루, 한 시간, 1분,..
가끔씩 이렇게 잠 못 드는 밤이 찾아온다 오늘은 아마 세 시간이나 자버린 저녁잠 때문이겠지 참 스스로가 안타깝게도 이렇게 잠이 안 오는 밤에는 항상 좋지 않았던 기억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군대에서 있었던 일, 헤어진 사람에 대한 생각, 지금 내 자신의 상황 등등.. 이럴 땐 사실 배부르게 먹고 누우면 바로 잠들 수 있다 예전에는 그렇게 잠들곤 했는데 이제는 건강도 신경쓰여 최대한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같이 자자고 누운 고양이는 갑자기 일어나서 이렇게 있는 나를 보고 잠은 안 자고 왜 저러고 있나 하는 눈빛이다 잠 못 드는 밤은 괴롭다 항상 안 좋은 기억이 자꾸 떠올라서 괴롭다 오늘은 언제쯤 잠들 수 있을까 쉽게 잠들 수 없을 것 같아도 어쩔 수 없이 잠을 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