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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의 다이어리
새로운 게 없는 삶이란 허무하고 따분하게만 느껴진다 늘 새로운 걸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재미없는 일상이 늘 반복되는 건 싫다 같은 일상이 반복되더라도 늘 재밌고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면 그건 괜찮을까 술을 좋아하고 술 마시는 걸 즐기는 사람이 참 별로라고 생각했다 건강에도 안 좋고 돈은 돈대로 나가고 맛도 없는데 그걸 왜 즐기며 찾아다닌다는 말인가 하지만 지금 문득 든 생각에 나처럼 사람이 여럿 있어야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져서 어쩌다 한 번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것보다는 그냥 술 마시는 취미를 가지는 게 훨씬 나은 게 아닐까 나는 항상 취미생활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질 않으니 생각이 바뀌게 되는 것 같다 점점 모든 자극에 무뎌져만 가는 것 같다 음식의 맛도 재미도 새로움도 예전 같지가 않..
참으로 무미건조한 일상이다 변화는 없고 고립된 것만 같은 일상에 권태를 느낀다 목표가 없다 아침에 눈을 뜨는 목적이 없다 눈을 뜨고 나도 목적이 없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더욱 힘이 든다 일어나도 의욕이 없다 지금 다이어리를 쓰고 있는 것조차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의욕이 없다 인생이 이리도 건조한 것이었나 자극 없는 일상을 견디는 게 참 쉽지 않다
2020년의 끝에 서서 돌아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이별의 후폭풍과 외로움의 괴로움으로 몸부림 치던 날들결코 이루지 못할 목표를 억지로 억지로 무리해서 쫓아가던 날들추억에 젖어 있던 날들큰 병에 걸린 건 아닐까 불안에 떨던 날들그냥 잠드는 게 너무 힘들어 술기운으로 잠을 청하던 날들 라섹 수술하고 눈을 뜰 수가 없어서 인생 최대의 지루함을 견디던 날들편도절제수술하고 죽밖에 못 먹어 답답해 죽겠던 날들새로 시작하는 공부에 머리가 터질 것 같던 날들 그렇게 바라던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날생애 처음으로 골절상을 입은 날 서두엔 참 많은 일이 있었다고 써놨지만막상 적고 보니 그렇지도 않다특별한 일 없이 집에 혼자 있던 시간만 많아소사다난한 한 해가 되었던 것 같다 오늘과 내일은 겨우 하루, 한 시간, 1분,..
가끔씩 이렇게 잠 못 드는 밤이 찾아온다 오늘은 아마 세 시간이나 자버린 저녁잠 때문이겠지 참 스스로가 안타깝게도 이렇게 잠이 안 오는 밤에는 항상 좋지 않았던 기억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군대에서 있었던 일, 헤어진 사람에 대한 생각, 지금 내 자신의 상황 등등.. 이럴 땐 사실 배부르게 먹고 누우면 바로 잠들 수 있다 예전에는 그렇게 잠들곤 했는데 이제는 건강도 신경쓰여 최대한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같이 자자고 누운 고양이는 갑자기 일어나서 이렇게 있는 나를 보고 잠은 안 자고 왜 저러고 있나 하는 눈빛이다 잠 못 드는 밤은 괴롭다 항상 안 좋은 기억이 자꾸 떠올라서 괴롭다 오늘은 언제쯤 잠들 수 있을까 쉽게 잠들 수 없을 것 같아도 어쩔 수 없이 잠을 청해야 한다
올해는 유난히도 병원과 인연이 많은 해다 대상포진, 라섹, 편도수술, 그리고 지금 쇄골골절 토요일에 보드를 너무 신나게 탔는지 넘어지면서 짚은 팔쪽 쇄골이 골절됐다 3년 만에 타는 보드라 기대했는데 다치는 바람에 아쉽게 됐다 또 내년을 기약해야지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는 요즘 이 길이 내 길이라는 확신이 더욱더 선다 2년 일찍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걸 그놈의 맞지도 않는 공무원 시험을 공부엔 나름 일가견이 있다는 그 알량한 자만으로 계속 해왔던 내가 참 바보 같다 그 덕분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나름 확신이 있었던 상대의 본모습을 알게 됐으니 오히려 이렇게 된 것이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나는 그런 사람을 믿고 여생을 함께 하려고 했으니 그대로 갔으면 큰 일이었을지도 몰랐지 처음엔 잃은 것이 너무 크다고만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만큼 얻은 것도 많다 앞으로 얻을 것도 많을 것이고 가장 큰 것은 항상 마음 한 켠에 있던 아쉬운 마음 그 마음을 가지지 않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대로였다면 아마 평생 아쉬웠겠지 그렇다고 ..
요즘 프로그래밍 학원을 다니고 있다 전부터 이런 것에 대한 환상은 있었지만 '에이...내가 감히 어떻게 이런 걸 할 수 있겠어?' 하는 생각에 꿈도 꾸지 않았던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꿈을 쫓아가고 있다 물론 엄청난 프로그램 개발자 이런 건 절대 아니고 비전공자도 발들이기 쉬운 웹 개발자 쪽으로 준비 중이다 원래도 관심이 있었던 덕분인지 적성이나 취향 자체는 나와 너무 잘 맞는 것 같아 다행이다 다만... 비전공자의 한계로 이해가 부족한 부분은 어쩔 수가 없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열심히 보충해서 채워나가야지 이 다이어리를 쓰기 전에 이전에 썼던 다이어리들을 몇 개봤다 희망도 꿈도 없는 그런 내 상태가 너무 있는 그대로 드러나 있어 참 불쌍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놈의 공부를 뭐 한다고 했..
저주에 걸렸나 보다 먹고 싶은 게 없어지는 저주 먹고 싶은 게 없어진 지 벌써 한참 됐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이거저거 봐도 오늘은 이걸 먹어야겠다 하는 게 없다 분명 뭔가는 먹고 배는 채우고 싶은데 편도수술하고 한참 제대로 된 밥을 못 먹었을 때 진짜 매운 치킨이 먹고 싶었던 것 말고 수술 전이나 회복한 지금이나 먹고 싶은 게 없다 인생의 반은 먹는 낙인데 난 왜 그런 낙을 못 느끼고 있는 걸까 뭘 먹어도 특별히 맛있다고도 못 느끼겠고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건지 삶의 의욕이 없어지고 있는 건지... 좋은 음식은 아니지만 늘 피자 햄버거가 먹고 싶던 20대 초반 때가 그립다 그땐 뭘 먹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