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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의 다이어리
나는 낯선 곳에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이사한 첫 날이라든지 교육대에서의 첫 날이라든지 시골집에 간 날이라든지 어디든 익숙지 않은 곳에서는 쉽게 잠들지 못했던 것 같다 일찍 잠들더라도 일찍 깨거나 중간에 깨버린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잠이 참 많았는데 자도 자도 끝이 없구나 싶을 정도로 잠이 많았다 배도 고프고 화장실도 가고 하면서 깨고 나면 그때부터 시간이 아까워 이것저것 하곤 했다 언제 어디서든 너무 덥거나 춥지만 않으면 잘 잤다 그랬었는데언제부터인가 살짝 수면시간도 줄어들었다 그래봤자 별 일 없으면 9시간 정도는 자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인 걸까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이전과 같지 않구나...싶은 게 확실히 느껴진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생각하..
6시쯤 불이 켜지고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됐다 수술 전까지는 물도 마시면 안 돼서 배가 고팠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혈압, 체온을 재고 양치, 세수, 머리감기를 했다 그 이후는 내 옆에 있는 퇴원자가 얼른 퇴원하길 기도하면서 9시까지 잠들었다 9시가 되어 이제 수술한다는 얘기를 듣고 수술 전 해야 하는 가글을 하고 수술실로 갔다 잠깐 누워서 대기를 하고 차례가 되어 수술대 위에 올라갔다 내 이름을 확인하고 왼손 엄지손가락과 몸 여기저기에 패드들을 붙이더니 그 뒤로는 기억이 없고 깨어나니 목이 불편했다 비몽사몽으로 시키는 대로 이것저것을 했다 마스크를 쓰고 일어나라부터 시작해서 입원실까지 안내에 따라 왔고 이후 설명을 들었다 수술이 끝난 건 10시 35분, 12시 5분부터 물과 식사를 섭취가 가능했다 그래서..
옆자리에 별 이상한 사람이 있어서 새벽 2시까지 잠을 못 잤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면... 나이는 30대 후반에 말하는 쪽에 장애가 있는 것 같다 발음이 많이 어눌하고 불분명해서 듣기가 쉽지 않음 입원실 내에서는 통화를 금지하는데 짧게 하는 거야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한다 내가 도착한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한 번에 5~10분씩 10통화 정도를 본인 부모님 및 지인과 했다 미혼에 애인은 없는 듯 정도를 지나치게 많이 하길래 간호사선생님한테 얘기해서 주의를 줬더니 그때부터는 통화를 밖에서 하거나 안 하거나 했다 그래서 이제 괜찮아졌다...했는데 밤에 잘 시간이 되니 엄청 일찍 잤다 9시쯤 그러더니 10시쯤부터 계속 침대에서 몸무림을 친다.. 이어폰을 꽂고 있어서 덜 들렸지만 중간중간 5초 간격으로 ..
태어나서 처음으로 링거를 맞아본다 술병 났을 때 맞으면 훨씬 좋아진다고는 들었는데 나는 지금 딱히 아픈 게 없어서 맞고 안 맞고가 무슨 차이인지는 모르겠다 내일은 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전신마취 살짝 겁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대장내시경 수면마취랑 비슷할지 어떨지 아마 깨어나면 통증이 심하겠지... 장난 반으로 카톡방에 올린 사진에 아는 형이 두 명이나 전화를 해줬다 별 거 아닌 수술이지만 그래도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기분이다 마지막은 링거 사진으로 마무리
라섹에 이어 두 번째 수술을 화요일에 한다 이번엔 편도절제수술 편도염도 1년에 2~3번씩 심하게 찾아오고 자꾸 편도염을 앓으니 염증 흔적으로 남은 곳에 편도결석이 자꾸 생겨서 불편하여 결심 쉬고 시간이 있을 때 다 끝내자는 생각이지만 수술 후 한참 술을 멀리해야 되는 게 좀 아쉽다 무료한 일상에 가끔 친구들 만나서 한 잔 하는 게 낙이라면 낙인데.. 라섹은 이제 8주가 지났고 점차 좋아지고 있다 건조증도 이제는 딱히 없는 것 같고. 아직 완전히 시력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시간이 좀더 지나면 그 수준까지 올라갈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지난 날들을 생각해 보면그땐 참 재밌게 했던 것들이뭐가 그렇게 재밌었던 건지 잘 모르겠는 때가 종종 있다 내가 그렇게 정말 미쳐서 하던 게임도지금은 그냥 정말 할 게 없어서 가끔 잠깐 하는 걸 보며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전에는 아무때나 할 수 없었고지금은 아무때나 할 수 있는 게 그 이유일까 한 번쯤 인생의 모든 것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는데다 가지게 되면 정말 나중에는 아무런 재미도 없게 되는 걸까 가져봐야 알지그럴 일도 없는데 헛된 생각이나 하고 있다
요즘은 평온하다 그 외로워서 도저히 못 견딜 것만 같던 감정들은 전부 사라진 지 오래다 언제까지 이 상태로 있게 될까 하는 약간의 불안감만 남기고 대신 약간의 공허함이 항상 있다 목적이 없고 의욕이 없어서 공허한 느낌 힘들 때는 쓰고 싶은 말이 잔뜩 있었는데 이렇게 다 정리가 되면 일상에 익숙해져서 점점 쓰고 싶은 말도 블로그에 찾아오는 일도 없어진다 라섹은 성공적으로 보이고 올겨울엔 꼭 스키장에서 보드를 타야겠다